마방진魔方陣(magic square)
방진이란 말의 ‘방(方)’ 자는 정사각형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정사각형은 1에서 N제곱까지 모든 숫자들을 한 번씩만 사용해서 N행 N열의 배열을 만들었을 때 어떤 행이나 열이나 대각선의 수를 합해도 항상 합이 같아지는 배열을 말한다. 옛날 사람들은 이 방진이라는 것에 신비로움을 느껴 마귀를 쫓는 부적으로도 쓰게 되어 마방진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마방진에 쓰는 숫자는 중복하면 안 되고 자연수를 꼭 한번씩 만 써야 한다. 마방진이라는 말은 영어 magic square를 번역한 말이다. 사각형 모양을 방형이라고 하듯이 사각형 말 같은 특수한 조건을 만족하는 '마술적인 성질을 가진 방진'이라는 뜻이다.
■ 마방진의 역사
거북 껍질에 새겨진 모양
마방진의 기원은 분명치 않으나 약 3000년 전, 중국 우나라 때 우왕이 강이 치수 공사를 하던 중 물속에서 나온 거북이 등에 있는 무늬를 보고 처음 생각해 냈다고 한다. 거북의 등껍질에 낙서(洛書)라고 불리는 이 그림에는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3행 3열로 배열돼 있는데 어느 방향으로 더하든지 합이 15가 되는 신기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중국에서는 낙서가 세상의 비밀과 진리를 함축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는 주역의 원리가 함축된 그림으로 인식되기도 했고, 우주의 진리를 표상하는 그림으로 생각됐다. 그만큼 마방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후 수많은 형태의 마방진이 만들어지고 이를 이론화하려는 연구들이 있었다.
낙서의 전설
옛날 중국의 서울이었던 낙양 남쪽에 황하의 지류인 낙수(洛水)가 있었다. 그리스 문명, 이집트 문명 등 고대 역사의 중심은 큰 강에서 발생했는데 중국의 문명도 황하에서 발생했다. 황하는 말 그대로 노란색의 흙을 싣고 와서 강 유역들을 기름지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흙이 강 밑바닥에 쌓여서 금방 강의 깊이가 낮아지게 되었다. 중국의 농민들은 황하의 제방을 자주 쌓아올렸지만 곧 강 유역보다 강 밑바닥이 높아져서 천정천(天井川)이 되었다. 강 제방의 한 곳이라도 무너지면 비옥한 농토는 강물 속으로 잠겨 물바다가 되곤 했다. 이러한 재난을 사람의 힘으로 도저히 당해 낼 수 없는 하늘의 힘이라고 믿었다. 농민들은 황하를 다스릴 수 있는 힘이 필요했고, 중국의 왕이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일기를 관측하고 치수 공사를 하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약 4000년 전, 중국 하나라의 우왕 시대 때 일이었다. 우왕은 황하의 범람으로 낙수가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치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강 복판에서 커다란 거북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런데 거북의 등에는 신비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은 이 무늬를 여러 가지로 궁리한 끝에 수로 나타냈다.
무늬를 수로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수는 무늬의 점을 세어 나타낸 것이다.
<거북등에 새겨진 무늬 수>
<무늬 수 >
숫자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어떤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숫자는 1부터 9까지 연속된 9개의 자연수를 중복된 수도, 빠진 수도 없이 9개의 칸에 배열해 놓았다. 이 숫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기묘한 형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로줄 (4, 9, 2) (3, 5, 7) (8, 1, 6)의 수의 각각의 합과 세로줄 (4, 3, 8) (9, 5, 1) (2, 7, 6)의 각각의 합이 모두 15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두 대각선 (4, 5, 6) (2, 5, 8)의 수의 합도 모두 15가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이 신비로운 무늬의 그림을 하늘이 거북을 시켜 인간 세계에 보내 준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수들을 아주 귀하게 여겨 낙수로부터 얻은 하늘의 글이라는 뜻으로 ‘낙서(洛書)’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낙서의 마방진을, 재앙을 막는 수라고 생각하고 섬기게 되었다. 그래서 이 그림과 숫자표는 그 뒤 봉건 사회에서 일부 사람들에게 미신에 이용되었다.
<낙서>
이 숫자표는 네 구석, 곧 ‘방형(方形)으로 숫자가 진치고 있다.’라는 뜻으로 ‘방진’이라고 불렸으며 이때부터 일종의 ‘행렬 놀이’인 방진이 유행했고 중국이나 한국의 수학책에는 방진에 관한 문제가 많이 실렸다. 한편 이 방진은 유럽에도 건너가 마방진(magic square)이란 이름으로 통용되게 된 것이다.
3행 3열의 마방진은 아마도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 학파나 다른 수학자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마방진은 신비한 만큼 비밀스럽게 전수돼서 기록으로 남은 것은 거의 없다. 중국에 전해오는 낙서 이후 유물로 남은 마방진은 뒤러의 4행 4열 마방진이다. 16세기 초 독일의 광석기술자였던 알브레히트 뒤러는 자신의 관뚜껑에 멜란콜리아라는 4행4열의 마방진을 새겨놓았다. 그리고 이 마방진의 맨 아랫줄 가운데 두칸의 숫자는 15와 14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를 연속해서 쓰면 그가 죽은 해 1514년을 가리키도록 한 교묘한 방진이었다.
■ 마방진 만들기
홀수 마방진 만들기
‘낙서’는 가로, 세로의 칸이 3개로 되어 있는 3×3형의 ‘3차 마방진’이라고 할 수 있다. ‘낙서’ 이후 방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져서 3차(3×3)마방진에 국한되지 않고 4×4, 5×5, 6×6, ……의 방진을 계속 연구했다. 마방진 가운데에서 3×3, 5×5와 같은 홀수 마방진은 쉽게 만들 수 있다. 홀수 마방진이란 가로, 세로의 칸이 홀수 개로 되어 있는 마방진을 말한다.
예를 들어 3×3형의 3차 마방진은 위 그림과 같이 만든다.
즉, 처음에 빈 칸이 9개 있는 정사각형을 <그림 1>과 같이 만들고 <그림 2>와 같이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히 써 놓는다. 그리고 처음의 정사각형 바깥쪽에 있는 각 숫자를 가운데를 중심으로 위, 아래쪽끼리 바꾸고, 양옆의 것끼리도 바꿔 준다. 그러면 1과 9의 자리와 7과 3의 자리가 바뀌게 된다. 그런 뒤에 정사각형 바깥쪽에 있는 숫자를 바로 옆의 빈칸에 넣어서 완성하면 된다. 그러면 합이 15인 마방진이 된다.
이처럼 마방진은 그 교묘하고 신비함이 글자 그대로 마술적인(magic) 느낌을 갖게 한다. 때문에 마방진은 고대부터 자연철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고, 근대의 수학자들도 관심을 가졌다. 17세기 중반 천재수학자 페르마(1601-1665)의 시기까지 수많은 수학자들이 마방진에 매료됐고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나 오일러(1707-1783)와 가우스(1777-1855)에 이르러 흥미가 반감됐고 현대 수학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이것은 마방진이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론화하기가 어렵고 수학의 다른 분야와 연관성을 맺기가 어려운 주제였기 때문이었다. 언뜻 자연수를 다루기 때문에 정수론과 관련되고, 숫자의 조합을 다루므로 조합론에도 맥이 닿고 있지만 피상적인 관련성을 깊이 연결시키는 연구성과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2행 2열만 빼고 모든 방진에서 마방진이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1행 1열(1차 방진)의 방진은 숫자가 1 하나 뿐이므로 자명하게 마방진이 된다. 그런데 2행 2열(2차 방진)의 방진은 마방진이 될 수 없다. 1, 2, 3, 4를 한 번씩만 써서 상 하 좌 우, 대각선 방향의 숫자 합을 같게 할 수가 없다. 3행 3열(3차 방진)의 경우 낙서의 방진에서 보듯이 마방진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3차 마방진은 낙서의 배열이 유일하다. 4차 방진은 뒤러의 방진에서 보는 것처럼 마방진이 존재한다. 그런데 4차 이상의 방진에는 배열이 다른 마방진들이 여러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수학자들이 현재까지 알아낸 바로는 4차 마방진은 8백80개, 5차 마방진은 2억 7천 5백 30만 5천 2백 24개가 존재는 것으로 계산됐다. 그러나 6차 이상의 마방진에 대해서는 그 숫자가 몇 개인지 알지 못한다.
탁월한 수학자 최석정
이러한 마방진은 고대 그리스 수학의 전통을 이은 유럽의 수학은 물론 인도수학에서도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나라 때의 낙서의 전통을 계승한 주역에 관심을 기울인 유학자들 중 수학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마방진을 언급했다. 그 중에서도 중국 송나라 때의 양휘라는 수학자는 방진연구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그의 책 '양휘산법'에서는 당시까지 흩어져 있던 여러 가지 방진을 모아놓고 또 자신이 고안한 다양한 형태의 배열그림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방진 연구가 있었는데, 획기적인 공헌을 한 사람은 조선 후기 유학자이자 수학자인 최석정(호는 명곡, 1646-1715)이었다. 그의 책 '구수략'에는 3차에서부터 10차까지의 마방진이 서술돼 있는데, 특히 자신이 고안한 9차 마방진은 수학적 탁견을 보여준다. 이 마방진은 9행 9열 대각선의 합이 3백69로 같음은 물론 이를 이루는 9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9개의 작은 셀(cell)이 다시 마방진을 이루는 특이한 구조로 돼 있다.
▶ 3차(3×3) 마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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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가장 간단한 마방진은 3×3마방진입니다. 1에서 9까지 수를 사용하여 가로, 세로, 대각선에 있는 수의 합은 15입니다. 3차 마방진은 한 가지 뿐입니다. 다른 형태로 보이는 것은 회전하거나 대칭해서 쓴 것입니다. 가장 유명한 마방진은 조각가 뒤러 (Durer, Albrecht 1471~1528. 독일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가 멜랑콜리라는 이름붙인 판화에 그려 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 5차(5×5) 마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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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마방진은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은 65이다. 위의 마방진은 한가지 예에 불과합니다. 5차 마방진은 2억 7천 5백 30만 5천 2백 24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계산되어 있습니다. 마방진은 각줄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은 모든 수의 합을 가로나 세로 줄의 개수로 나눈 것과 같습니다. 홀수 차 마방진의 경우 사용된 수를 순서대로 나열 했을 때 가운데에 있는 수가 마방진의 중앙에 있는 칸에 위치한다.
▶ 4차(4×4) 마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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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마방진은 가로, 세로, 대각선에 있는 수의 합이 각각 34이다. 더구나 가운데 있는 네 칸의 수를 합해도 34다. 그리고 맨 끝줄의 가운데 두 칸은 작품의 제작연도인 1514년과 같다. 다른 숫자 배열로 4차 마방진을 만들 수 있다. 총개수는 880개이다. 그런데 프레니클(Bernard Frenicle de Bessy 1605~1675. 아마추어 수학자. 저서 마방진)은 4차 마방진을 878가지나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4차 마방진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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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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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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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방진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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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방진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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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마방진> |
① 먼저 1,2,3,4를 이용해서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10이 되도록 보조방진 1을 만든다.
② 그리고 보조방진 1을 시계반대 방향으로 90°회전 시켜서 전체에 다 -1을 더한다. 그것이 보조방진 2이다.
③ 보조방진 2에 모든 행에 4를 곱한다음 보조방진 1을 더해준다.
④ 방진이 완성되었습니다.
보조방진 1에 따라 다양한 방진이 완성됩니다.
이상은 과학동아를 출처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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